치과 가는 길

 

                                                             남섬 지음 / 향출판사

 

강진군도서관 책꾸러기 서평단 한미란

 

살아가면서 안 가도 된다면 평생 한 번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경찰서, 병원, 법원 등. 많겠지만 치과도 그 중 하나일겁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소리만 들어도 쭈뼛쭈뼛 인상이 절로 써집니다. 어른인 나도 들어가기가 꺼려지고,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도 많은 거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책 제목이 거꾸로 쓰여 있네?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펼쳐봅니다.

이 책은 면지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커다란 입모양, 치아 하나하나에 까까머리 귀염둥이의 모습이 연속그림으로 펼쳐집니다. 5층짜리 건물, 5층에 있는 치과를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갑니다. 까까머리를 따라 나도 같이 한 층, 한 층 구경합니다. 1층엔 동물병원, 2층엔 만화카페, 3층엔 중화요리, 4층엔 미용실. 5층까지 걸어가는 길. 더구나 무시무시한 치과에 가는 길. 드디어 5층 치과입니다. 치과 가는 길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텐데 우리의 까까머리는 연신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갑니다.

이쯤에서 궁금합니다. 어떤 치과이길래 아이가 저런 표정으로 치과에 갈까?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실까? 아니면 치과에 재미있는 놀이기구라도 있나? 계속 아이 뒤를 따라오며 한마디씩 하는 어른이 있습니다. 5층을 올라가는 계단에서 살짝 비칩니다.

아빠, 어서 와!” 까까머리는 아빠와 함께 치과에 가나 봅니다.

치과 출입구를 먼저 씩씩하게 들어서는 까까머리와 대조적으로 아빠의 얼굴은 울상입니다. 병원에 들어가니 단체로 초조하게 기다리는 어른들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치과 치료를 마치고 까까머리와 아빠는 한 층, 한 층 내려오며 밥도 먹고, 만화도 보고, 들를 필요가 없는 곳은 건너뛰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닮은 부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손가락을 걸며 다음에도 함께 오자고 약속하는 모습이 흐뭇합니다.

꼭 닮은 아빠와 아들의 각기 다른 발걸음을 재미있게 그린 그림책 치과 가는 길, 씩씩한 아들의 응원에 마음 든든해집니다. 작은 위로에 뭉클해지고 따듯해집니다. 뒷 면지에도 커다란 입 안과 치아 속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책의 제목을 거꾸로 해 놓은 작가의 의도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곳곳에 복선과 반전의 재미를 아이와 함께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겠습니다. 이 글은 작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라서 더욱 생생합니다. 모두들 치과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처럼 하면 아이와 치과에 가는 게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책을 본 아이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어른이나 애들이나 다 똑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