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 지우그림책 / 책꾸러기 서평단 한유현(‘21.9.24) -

 

그의 머리카락 숱은 적어지고, 나의 머리카락은 하얘집니다.

누군가의 머리카락은 색이 바뀌고, 누군가의 머리카락은 여행을 떠납니다.

기억의 확신은 없지만 좋은 것을 추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시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기억하는 것으로 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작가리뷰)”

 

어릴 적 당신은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시나요? 학창 시절-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시절-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고, 많은 시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으며, 또 부모님의 마음을 애타게 한 적도 있었겠죠. 처음 사랑을 알았을 때, 그때는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순수했던 그때 복숭아빛이 당신에게 물들어 있었겠죠? 처음 사회생활을 하던 그때는요? 얼마나 떨렸고 실수는 왜 그렇게 많았는지... 그때의 당신의 모습이 기억나시나요? 당신에게는 헤어지기 싫어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사랑도 있었겠죠? 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조금은 힘겨웠던 시간들도 있었죠. 그래도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신다구요? 어쩜 지금이 그때인 당신도 있겠네요. 늘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것 앞에서 완벽할 순 없었고 서툴렀던 모습들이었죠. 그래서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지만요.

드러내지 않아도 늘 한 켠에 자리했던 당신.

오늘은 그런 당신께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의 시간은 어떤 모양이었는지. 당신에게 그것들은 무엇으로 기억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 나는 한때(지우그림책)’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그림책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의 모양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살펴보시면서 인생의 어느 한때,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해보세요.

 

작가는 인간이 나고 자라면서, 낡아져 가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담담히 그려냅니다.

기나긴 시간 동안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걸어왔던 우리가 얼마나 위대하고 멋진가를 묵직한 무언가로 표현해냈죠. (책에서 확인하세요.)

지금까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균일해져 단단해져 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쩜 얻기 위해선 잃어야 할 것도 있는 법이라는 것을 작가는 담담히 그려냈어요. 또한 버려야만 더 큰 것을 얻는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죠.

풍요로우면 풍요로운 대로, 척박하면 척박한 대로 주어진 삶을 꿋꿋하게 살아준 우리에게 잘 살았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네!’라고 책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합니다.

저는 당신의 삶이 어디 즈음에 와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지금 당신에게 허락된 일들을 조금씩 차근차근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당신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 본연의 당신모습으로 남아있으리라 믿습니다.

살아온 삶의 시간시간, 분명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었을 당신.

세상에 단 한 사람이어서 여전히 소중한 당신에게 이 책을 조심스레 건네 봅니다.

(당신의 추억의 그것과 함께.)

 

당신이 살아온 시간, 그 시간을 기억해 줄 그것은, 사람이어도 좋고, 사물이어도 좋고 사진 한 장이어도 좋습니다. 그저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당신의 삶에 그것이 당신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어 당신을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었던 곳으로 떠나가도 좋을 듯합니다.

끝으로 저는 당신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마치고자 합니다.

지금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당신이어서 참 아름답습니다. 충분히 잘 살아오셨고 또 잘 살아가시리라 믿어요. 당신 자신을 많이 사랑하고 많이 아껴주고 칭찬해주고 살아 가시 길 바래요.

세상에서 완전한 당신의 편은 당신 자신뿐이거든요

 

 

나는 한때

새싹이었고

껌과 친구가 되기도 했고

망아지였다가

커튼이기도 했어.

어느 때는 불타고, 노을 지고, 터지기도 하면서

내가 아니기도 했어.

때때로 콧대 높은 자존심은

눈물이 되기도 하고

간절한 바람이 되기도 했어.

어느 날은 슬픔이었고

어느 때는 고삐였다가

여행을 떠나,

이상한 곳에 도착하기도 했어.

가끔 바람이 불거나 휙

햇살을 받으면

다시 돌아와 멱을 감았어.

어떤 날은 우아한 기대로

씩씩하게 청춘을 돌려놓았고

종종 반음 다른 합창을 불렀어.

때로는 시작하는 이를 응원했고

걸음이 같은 이를 만나기도 했어.

한때 나는

여러 가지 이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