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탕 선녀님

강진군도서관 책꾸러기 서평단 이상원

 

책을 비롯한 지역 작가 작품, 문화예술 작품, 동아리 작품, 공예작품 등 지역의 숨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갤러리 도우가 도서관 3층에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뜸 하지만 이곳에서는 매월 2주에서 3주 간격으로 작품전시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그림책 및 동화책을 연구하는 모임인 어린이도서연구회 강진지회(어도연)에서 우리나라 그림책 100이라는 주제로 도서 100권을 갤러리 도우에 전시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도연 현 강진지회장은 인근 군에 장수탕 선녀님 그림책 나오는 소품들이 있다면서 그것을 이곳에 전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여하여 도서관 3층 갤러리 도우에 그림책장수탕 선녀님에 나오는 소품들을 전시했다.

강진읍에 거주한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서는 이번 전시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린이들과 함께 방문했다. 특히 100선도 관심을 끌었지만 장수탕 선녀님에 나오는 소품 전시에 관람 어린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목욕탕처럼 꾸민 탕 안에서 양머리를 하고 요구르트를 마시면 같이 사진을 찍고 깔깔거리는 어린이들의 웃음과 함께 모두가 천진난만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기억이 선명하다.

장수탕 선녀님(백희나 저)동네의 오래된 목욕탕인 장수탕에 엄마랑 함께 간 한 여자아이가 냉탕에 나타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둘만의 우정을 쌓는다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구름빵, 알사탕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의 지난 2012년 작품이다. 이 그림책으로 한국출판문학상과 창원아동문학상을 각 2012년과 2013년에 수상했다. 저자인 백 작가는 2020년에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 다 수의 작품들은 한국 외에도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대만, 프랑스 등지에 소개되고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의 표지는 우리가 생각하고 알고 있는 아름다운 선녀님 모습이 아니다.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할머니가 화장한 선녀 모습으로 나온다. 두 손으로 요구르트를 들고 입술은 최대한 오므린 채로 빨대를 물고 쪽 쪽 빨아 마시는 그림이다. 처음 맛본 표정으로 맛을 황홀하게 음미하는 이 할머니 그림으로 이 책의 첫 장부터 흥미로움을 유도한다.

주로 목욕탕의 일상적인 풍경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어린아이와 엄마가 손잡고 목욕탕 가는 모습, 목욕가격이 붙어 있는 벽 옆 계산대 할아버지, 목욕탕의 맛있는 요구르트, 그리고 추운 것도 모를 정도의 재밌는 냉탕놀이, 목욕탕 목욕 후 한번 쯤 알았을 법한 감기 등은 누구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목욕탕에서의 놀던 추억을 이 그림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런 평상적인 이야기였다면 독자들의 인기를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첨가된 것은 날개옷을 잃어버려 목욕탕에서 지낸다는 선녀 할머니의 등장이다. 냉탕에서 만난 덕지와 선녀 할머니, 둘은 요구르트를 먹고 싶은 목욕탕에 온 아이의 마음조차 바꿀 정도로 재밌게 보낸다. 그리고 감기에 걸려버린 덕지, 꿈속에 나타난 선녀 할머니가 이마를 어루만지며 감기를 낳게 한다는 줄거리는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점토 인형을 작가가 직접 연출해 일일이 사진으로 찍었다. 보기에 싫지 않으면서 파격적이면서 너무나 현실적인 알몸 출현, 그 속에 진짜 목욕탕 같은 풍경, 점토 인형들의 섬세한 표현, 몸짓 등은 꼭 실제 같은 느낌을 주어 그림책을 읽은 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마법같은 상상이 있는 현실 세계로 이끌어 준 장수탕 선녀님, 어린이들의 풍부한 감성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몇 해 전에 출간된 그림책이지만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