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시인이 사랑한 시인, 백석이야기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_ 장찬구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중략-

눈은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생략-

위 시는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일부분이다. 백석의 시 중에서 대중에게 가장 알려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시인 백석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평가가 가장 와 닿는다. 시인이 좋아하는 시인. 그 자체만으로 백석 전부를 알 수는 없겠지만, 그 말만으로도 그의 시가 지닌 힘은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백석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아무런 제약없이 백석의 시를 접할 수 있지만, 한 때 백석이라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시를 입에 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해방 정국의 부산스럽고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월북했던 수많은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이념이 이 땅위의 그 어떤 논리나 가치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던 시절. 월북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것보다 큰 멍에이자 족쇄였다. 백석이라는 시인이 누군가에겐 낯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는 것. 말과 글은 스스로의 힘으로 금기의 시대를 넘어 살아 남았다.

백석의 시는 그렇게 시대의 고난을 뚫고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렇듯 글은 분단으로도 가둘 수 없었지만, 백석의 삶 자체는 이작도 분단 너머에 고스란히 남아 자유롭지 못한 것이 늘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촉망받는 젊은 소설에 의해 백석의 삶을 조명하는 소설을 마주할 기회를 얻었고 이 지면을 빌어 그 소설을 소개하려 한다.

저자 김연수라는 문단계에서 촉망받는 중견작가이다. 그는 1970년 경북 김천시에서 태어났으며,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는 1993년 '작가세계'에 시 '강화에 대하여'외 4편이 당선되면서 등단했으며,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작가세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본인 스스로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왔다고 말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을 하였다. 그만큼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2003년에 제34회 동인문학상을 비롯하여 2007년에 제7회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에 제3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필력이 뛰어난 작가이다. 대표작으로 '꾿빠이,이상', '달로 간 코이디언', '사랑이라니, 선영아', '밤은 노래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외에도 다수의 작품이 있다.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은 분단 이후 북으로 넘어간 백석의 시인으로 활동했던 칠년간의 여정을 소설적 기법으로 서술한 작품이다. 백석의 본명은 기행이다. 작가는 백석의 본명을 가져와 사실적 묘사에 힘을 더했고, 더불어 작가적 상상을 총동원하여 북으로 넘어간 기행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1962년 이후 글을 쓰지 못한 아니 쓸 수 없었던 이유에 이야기 한다. 이념적 도구로 전락한 글은 더 이상 글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