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동네

 

                                                                                                             김미진

  이책은 교보생명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통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연재되었던 작품을 묶은 것이다.

1인칭 여성 화자를 내세워 ‘나’의 현재와 내가 살았던 ‘작은 동네’에서의 과거 이야기를 오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었으며,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기억에서마저 지워진 나와 엄마의 서사를 복구하는 추리극이다

 

 나는 가끔 이런 식으로 모든 상황을 농담처럼 흘려버리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과 쓸데없는 갈등을 겪지 마. 그냥 웃어버려. 모난 돌이 정 맞는 거란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으며 자랐다.

농담은 내가 생각해낸 최고의 방어였다.

그리고 때때로 내가 예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득을 주기도 했다. (p. 10)

 

 현재 사라진 두 사람에 대한 기억을 오가며 전개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마치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삶과 내가 아직 모르는 나의 또 다른 이야기에 대응하여 전개되면서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언뜻 보기에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엮어내어 읽고 또 읽을수록 숨겨진 이야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손보미 소설의 장점이 잘 드러난 부분이다.

  읽는 동안 독자는 다수의 갈림길 앞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를지, 그 길이 다른 길보다 나을 수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밟아가는 퍼즐같은 행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농담의 방식을 터득한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나서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