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작용 - 웃음은 떠나게 하고 고통은 되돌아오게 만든다

작은 동네 / 저자 손보미/ 문학과지성사 출판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김순임

 

너의 삶. 너의 안전. 너의 행복.

부지불식간에 무슨 커다란 불행이 닥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내게 쏟아부는 것.이 세상에는 그런 이야기들 자식이 죽은 이 너무 많다. 심지어는 그 아이들이 무슨 이유로 죽어야 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이야기들에 익숙해져야만 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그들이 이 삶, 이 세상을 견딜 수 있었겠는가?(P80)

작은 동네1인칭 여성 화자를 내세워 의 현재와 내가 살았던 작은 동네에서의 과거 이야기를 오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었으며,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기억에서마저 지워진 나와 엄마의 서사를 복구하는 추리극이다.

높게 쌓아 올린 벽돌, 마당과 통하는 미닫이문, 항상 굳게 잠가놓은 대문, 폐쇄. 폐쇄된 동네. 소설 속 어머니는 그랬다. 잃을까봐. 두려워서.

실종은 집으로부터 멀어지고,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멀어지고. ‘가 벗어나고 싶었던 대상도 어머니였고, ‘를 멈추게 한 대상도 어머니. 어쩌면 가 진정으로 떠나고 싶었던 건 작은 동네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를 멈추게 한 것도.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개를 키우는 곳. 작은 동네.

작가 손보미는 결정적인 대목을 말하지 않고”“말해지지 않은 덕에 더욱 강렬한 스토리 구성 능력과 개성적인 감각으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밤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의 추억으로 이어지는 단편소설을 통해 열 살 여자아이로 그려지는 인물에 작가적 관심을 보여왔는데 이번 장편소설 역시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으로서 작가의 근래 작품을 따라 읽어온 독자에게는 작가의 확장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과거의 삶을 모두 지운 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에겐 그 아이를 평생 보호해야 할 의무, 그게 자신의 지상과제라고 하면서 책임을 다한 어머니. 어머니와 함께 한 작은 동네를 떠난 후에도 마음속에는 언제나 그 작은 동네가 존재하고 있다고.

작은 동네는 반전이 숨어 있다. 독자들이 예상  가능한 정도의 반전이다. 다만 후반부에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작가가 모든 걸 다 말해주려고 하지 말지 하는.

독자들은 마음속 과거 작은 동네 가 있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실종하고 싶었던 시절. 집으로부터 멀어지는. 아버지로부터 멀어지는.

추리소설을 좋아하거나, 반전을 즐기고 싶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저처럼 작가가 인도하는 작은 동네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 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