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는>>는 1인칭 여성 화자를 내세워 '나'의 현재와 내가 살았던 작는 동네에서의 과거 이야기를 오가는 방실으로 서울되었으며,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고 기억에서마저 지워진 나와 엄마의 서사를 복구하고 있다.  화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은연중에 엄마가 딸을 사랑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느낄 수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요점을 농담 속에 가두는 교묘한 방식을 취한다. 

 " 나는 가끔 이런 식으로 모든 상황을 농담처럼 을려버리려고 노력한다. 다른 사람과 쓸데없는 갈등을 겪지마, 그냥 웃어버려. 모난 돌이 정 맞는 거란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너무많이 들으며 자랐다. 농담는 내가 생각해낸 최고의 방어였다. 그리고 때때로 내가 예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득을 주기도 했다."(p10) 

 "송년회에 다녀온 이후로 무언가가 달라진 것이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 시절로 빠져들어갔다. 그건 절대로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불시에 떠오른 그 사소한 모든 것들이 기억의 씨앗이 될 수 있었다. 뇌관을 잘못 건드린 서투른 병사처럼 나는 우왕좌왕했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다 보면 나는 한밤중에 남편을 깨워서 아버지를 만나야겠다고 말한 후 나와 남편이 그것에 대해 진진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곤 했다."(p 84)

 그동안 기억이라는 포장지에 곱게 쌓여 꺼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자신의 기억을 화자는 송년회를 계기로 기억 상자의 리본끈을 풀게 된다.  '작은 동네'에서 살았던 화자의 기억은 자동 소환되며 자신의 과거는 엄마의 과거의 삶으로 실타래가 풀리는 것처럼 꼬리를 물로 이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어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렸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 같은 페이지를 여러 번 읽기도 했다.  작가의 설명과 묘사가 장황하며 가끔은 지루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책을 덮으면서 내가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