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여기 언제나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는 것

(나는 홍범도, 송은일 지음, 바틀비 출판, 2020)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정인숙

 

1920년 봉오동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2021년 광복절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100주년 기념으로 작년에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한 해 미뤄진 것이다. 한국사책에서 봉오동전투 = 홍범도 장군의 이름만 기억할 뿐 그에 관한 다른 지식이 없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홍범도라는 책이 출간되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책을 강진 군민들에게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작가 송은일은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실낙원>이 당선되어 문단활동을 시작했으며 토지의 박경리와 혼불의 최명희를 잇는 여성 대하소설 작가로 평가된다. 아스피린 두 알, 불꽃섬, 소울메이트등 여러 장편소설 외에도 현재 10권까지 출간된 반야를 썼다. 작가는 2020년이 봉오동전투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을 우연히 접하고, 홍범도 장군에 대한 자료 연구를 거듭한 결과 나는 홍범도를 집필하게 되었다.

나는 홍범도에서 나는하늘을 난다는 의미와 일인칭 화자를 나타내는 “I am”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항일의병을 조직해 수많은 전투에서 일본군에게 승리를 거두며 민중의 희망이자 영웅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하늘을 나는 홍대장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작가는 치열한 전투 장면 뿐 아니라 홍범도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잔잔한 어조로 전개해 나가며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작품에서 홍범도는 조실부모하여 아홉 살부터 머슴살이를 시작으로 소년 나팔수, 제지공장 노동자, 승려, 산포수 등을 거쳐 1920년 봉오동, 청산리전투까지 25년 세월을 일본군과 격전을 벌이며 의병으로 활동하며 최고의 사격수, 전략가, 독립군대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동료들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그들이 전장을 떠날 때도 편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준 면에서는 휴머니스트이며,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지독한 로맨티스트의 모습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시작과 과정이 같은 선상에 있되 시작과정에 없던 게 생겼다. 조국이라는 실체다. 나라가 망했다고, 일본 놈들에게 점령되었다고 해서 조국이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 내 겨레붙이들이 사는 곳, 숱한 동지들이 기꺼이 총구 앞에다 스스로를 내세워 죽음을 끌어안은 곳, 그리하여 풀처럼 눕는 곳, 나 또한 누울 곳, 조국은 여기 언제나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는 것이었다.”(p 255~256)

여천 홍범도 장군이 의병을 시작한 계기도 역시 조국일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조선 최고의 사격수 홍범도’, ‘홍범도의 영원한 벗이자 첫 의병 김수협’, ‘의병 운동하는 남편을 적극 지원한 이옥영’, ‘독립운동 자금 지원을 책임진 함경도 충의계원 백인근’, ‘번개처럼 빠른 대한독립군 별동대장 이화일 이하 별동대원들같은 항일 의병들과 김성집, 김바우, 곽방언, 여민, 고천동 등 수많은 산포수들의 이름을 새롭게 알게 되어 오래도록 우리 기억 속에 남겨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