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당신에게 꽃을 선물합니다.”

 

꽃을 선물할게

/그림 강경수

책꾸러기 서평단 박영란

 

여러분은 꽃을 좋아하시나요? 오늘은 ˙『거짓말 같은 이야기2011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 상 우수상을 받은 강경수 작가의 그림만 보아도 마음이 환해지는 예쁜 그림책을 한 권 소개할까 합니다. 강경수 작가는 만화를 좋아해서 10년 동안 만화를 그리다가 어린이 책 일러스트의 매력에 빠져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며 위의 책 외에도 ×100, 화가 나!, 내 친구의 다리를 돌려줘!, 커다란 방귀,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등을 그리고 썼습니다.

이 그림책은 숲속을 지나가는 곰과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의 논쟁을 다루고 있는데 전직(?) 만화가 답게 둘 사이의 대화를 긴장감 있고 익살스럽게 잘 표현했습니다. 그림 속 배경에서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알아보는 것은 오롯이 눈썰미 있는 독자의 몫이겠지요.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어느 날 아침 곰이 숲 속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작지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건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가 도움을 요청하는 거였지요. 하지만 곰은 너를 살려준다면 거미가 굶겠지? 그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야.”라고 단호하게 거절을 하고 가버립니다. 무당벌레의 입장에서는 자연의 법칙이란 하늘에 구름이 몰리면 날이 흐린다거나 태풍이 불면 나무가 뽑히는 것 정도의 큰일이지 그저 곰이 아무렇게나 손을 휘저어 거미줄을 찢어놓는 것 따위는 자연의 법칙이랄 수 없는 사소한 친절일 뿐이었지요. 몇 시간 후 곰은 또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게 됩니다. 무당벌레는 반가운 마음에 곰님, 저를 살려 주려고 오셨군요!”라고 외칩니다. 하지만 곰은 그저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을 뿐 이번에도 무당벌레를 도와줄 마음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곰의 입장에서는 자연은 위대하고, 누군가 거미에게 잡아먹히는 것도 자연의 법칙일 뿐 자기가 관여할 일은 아니었던 거지요. 곰은 동정심을 사기 위해 7년 동안 애벌레로 땅속에 있다가 이제 겨우 세상에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무당벌레가 괘씸하기까지 합니다. 저녁이 되어 곰은 집으로 가는 길에 또 그곳을 지나게 됩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무당벌레에게 곰은 모기를 없애주는 좋은 동물인 거미가 굶게 될 거라며 또 거절을 하지요. 그때 무당벌레가 뜬금없이 묻습니다. “곰님은 꽃을 좋아하나요?” 의아해하는 곰에게 무당벌레는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거미가 나쁜 모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좋은 동물이라면 자기도 꽃을 못살게 구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좋은 동물이라고요. 그러므로 곰이 꽃을 좋아한다면 자기를 거미줄에서 구해줄 의무가 있는 거라고요. 그리고 자기를 구해준다면 곰은 내년에 수많은 꽃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도 말하지요. 곰은 곰곰이 생각에 잠깁니다. 숲도 깊은 적막에 잠깁니다....... 곰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결말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ㅋㅋ)

이 책은 자연의 법칙이라는 대명제를 핑계로 우리는 곰처럼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약자의 고통에 당연하게 무관심한 강자였던 적은 없었는지, 또 가끔은 무당벌레처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애원하고 거짓말도 하며 때론 상대의 약점을 이용한 약자였던 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곰의 커다란 발이 지나가는 지면 가득 채워진 싱그러운 초록빛 잎사귀들과 올망졸망한 유채색의 작은 꽃들은 마치 우리가 정말 숲속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가슴 가득 피톤치드(phytoncide)를 불어넣어줍니다. 무당벌레는 곰에게 꽃을 선물했지만, 이 그림책은 삶에 지친 우리에게 치유(healing)의 시간을 선물해줍니다.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여름의 끝자락에 있는 숲으로 산책하러 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거기서 혹시 곰과 무당벌레를 만난다면 예쁜 꽃을 선물해줘서 고맙다고 꼭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