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서라도 지키고 싶은 것을 놓아야 할 때, 누가 그때를 정하는가?

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저/재인 출판 /2019

 

우리들서평단 김미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2015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는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 또한 빙의나 의료 사고 등 녹록치 않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당대 첨예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답게 작품 중 19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선보였는데 이 작품도 영화로 만들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딸에게 닥친 뇌사라는 비극에 직면한 부부가 겪는 가혹한 운명과 불가피한 선택, 죽음이라는 철학적 물음 앞에 뇌사와 장기기증에 이르는 해결 과정을 과도하게 큰 소리 없이 끌고 가는 역량이 과연 돋보인다.

 

세상에는 미쳐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미칠 수 있는 건 엄마뿐이야.”

 

이혼 위기에 있던 부부는 아내 가오루코가 장기기증을 거부하고 미즈호를 집에서 돌보겠다고 선언하면서 딸 미즈호의 연명 치료에 들어간다. 어느 날 회사 제품 개발 회의에서 가즈마사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MI) 기술, 즉 뇌나 경추가 손상되어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에게 뇌에서 보내는 신호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자신의 딸에게 적용하려는 생각으로 그 기술의 개발자인 호시노를 집으로 보내고, 수술을 받은 딸은 인공호흡기 없이도 첨단 장치에 의해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자기 자극 장치를 몸에 연결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이기에 이른다. ‘잠자는 듯여전히 아름답기만 한 딸을 향한 가오루코의 집착은 점차 도를 넘어서게 되고 그녀의 광기는 가족과 주변인들을 조금씩 지치게 만든다. 딸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만족에 불과한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뇌사(식물인간)와 뇌사판정의 의미를 가르며 독자의 가슴을 점차 압박해오는 작가의 서술장치가 대단하다고 할밖에 없다.

100세 시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장기기증 문제, 그에 따른 사랑하는 이의 뇌사판정의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고통에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