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정인숙

사랑하는 가족 중 누군가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진다면 우리는 장기기증과 연명치료 중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전자를 선택하면 많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준다는 면에서 객관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이별을 할 위기에 처한 가족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보면 후자가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인어가 잠든 집』에서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수영장 사고로 딸을 잃을 위기에 처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삶과 죽음의 경계,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한다. 초기에 본격 추리소설을 주로 썼던 저자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휴머니즘의 면모를 보인다.

부모가 뇌사를 인정하고 장기 기증을 선언할 찰나에 부부가 함께 잡고 있던 "미즈호의 손이 움찔한 것처럼 느껴진(P92)" 것은 책을 읽는 독자에게 아이의 생명이 다하지 않았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우리 딸은 살아 있어요. 죽지 않았습니다. 미즈호는 살아 있어. 살아 있는 게 틀림없어."라는 엄마의 외침은 자식을 향한 끝없는 사랑과 애착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장면에서 극단의 상황에서도 자식의 죽음을 인정하기 힘든 모성애를 섬세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의식이 없는 딸에게 제공된 연명 치료는 일반인들에겐 집착이나 광기로 보이겠지만 그 엄마에겐 사랑하는 딸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딸의 영혼이 자신을 떠났다는 느낌을 받은 어느 날 엄마는 딸의 죽음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장례절차를 준비하며 장기기증에 동의한다.

"헤어질 때다, 하고 가오루코는 깨달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그녀가 물었다. 가는 거니? 안녕. 엄마, 잘 지내."(p 473)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누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의식이 없는 사람의 장기 이식을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지, 장기 이식이 뇌사 상태인 기증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등을 독자로 하여금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는 삶과 죽음의 사이를 지나는 인생열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이 책이 여러분의 삶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생각과 판단의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