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아는가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김순임

 

  소크라테스에게 카이레폰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번은 카이레폰이 델포이 신전에 가서 신탁을 받게 됩니다. 델포이 신전은 신탁소로 유명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중요한 문제가 생겼거나 국가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그곳에서 신탁을 받곤 했습니다. 물론 신이 직접 대답을 해 주는 것은 아니었고 피티아라는 무녀가 신을 대신해서 답을 주었습니다.

  카이레폰은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지혜로운지 물었습니다. 답은 놀라웠습니다. 바로 소크라테스라고 한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자신은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탁이 거짓말일 리는 없고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소크라테스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 노력이 그의 인생 방향을 결정짓게 됩니다.

  자신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당시 아테네에서 유명한 정치가, 시인, 장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기 위해 그가 쓴 방법이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면 그것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죠. 이렇게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던져 수많은 사람의 지혜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한결 같았습니다.

  ‘그들은 모른다.’

  질문을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대화는 질문하는 사람 쪽이 훨씬 유리한 법입니다. 몇 번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면 상대방은 지식의 한계에 부딪히고 무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를 통해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들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습니다.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앎이 멈춰 있었습니다. 지혜는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지구도 23.5도 기울어져 있다.’ 이런 지식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태초의 지식은 바로 호기심에서 생겨났습니다. 세상이 존재하고 움직이는 원리에 대한 호기심을 풀기 위한 노력이 지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호기심은 반드시 어떤 형식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그 형식이 바로 질문입니다. 호기심은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사람은 어디에서 왔을까.’ ‘비는 왜 어떻게 내리는 걸까.’같은 질문의 형식을 띱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다 보니 여러 사실을 알게 되고 그것들이 지식으로 쌍혀 왔던 것입니다.

  모든 학문의 시작은 질문에 있습니다. 질문이 없다면 대답도 없고, 질문이 없다면 생각도 없습니다.

  “이제 자네는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비로소 새로운 지식에 도달했네. ‘나는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그래야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진리를 알기 위한 인생을 살 수 있네.”(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