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는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이중태

지난 8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대학 교수님이 정신분석가 이승옥 박사의 자전적 에세이 <소년(2016. 열린책들)>을 독서심리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수강생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마치 나무가 물과 거름과 햇빛을 함께 먹고 자라듯 소년이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통과의례들을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놓았다. 다른 친구보다 2살 먼저 학교에 간 사연, 담백하고 깨끗한 외 고모할머니, 6.25사변 후 고향에 못간 아버지, 장군처럼 엄하면서 주위사람들에게 사랑을 몸소 실천한 어머니와 이웃 이야기, 폭력에 시달린 초등학교 이야기 등 오늘의 그를 형성했을 법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추억의 따뜻한 옷을 입고 4막으로 구성되어 등장한다.

가볍게 읽다보면 가슴을 툭 잡아끄는 깨달음의 메시지도 있는데 "어떤 행위에 대해 좋은 반응을 얻으면 그 행위를 더욱 강화시켜 나가게 된다"(p55)는 말이 그 경우다. 영어·수학·국어 중 국어를 제일 잘하고 수학을 못하면 수학을 집중하게 하지만, 오히려 국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하나 더 하자면, "소년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 아버지를 배움으로써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최종 목표는 아버지와의 협력자가 되는 것, 협력하지 못한 아들은 소년에 머물러 있다.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아버지를 알고 배우고 협력할 때부터 어머니와도 건강하게 분리될 수 있다.(p139)" 는 말은, 저자가 어린 시절에 충만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느낀 점을 성인된 시각에서 바라보고 정리한 생각이다.

자전적 에세이는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고 생각하고 이해해야 하며, 나의 생각, 태도,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자세로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의미 있게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책을 읽고 보니 교수님이 추천한 이유를 단순하게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독서심리를 배우는 독서대학 수강생들은 물론 한때 소년이었던 독자들은 우리 안에 살고 있는 영원한 소년의 추억에 설레게 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과 철학을 공부했고, 오클랜드의 정신병재활지표센터에서 정신분석가로, 심리치료 실장으로 일했다. 귀국 후 정신분석클리닉과 공공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 고백을 통해 독자들도 살아가면서 한번쯤 멈춰 서 우리 안에 있는 소년을 불러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다. 자정 효과와 함께 마음의 치유가 가능하다는 경험의 공유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포용, 배려를 통해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2시간이면 충분히 읽는 양이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어린 시절 감성에 빠질 수 있도록 책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며 해답을 찾아보자. 사랑스런 에세이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