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도서관 _ 우리들 서평단 정인숙

세상 모든 일은 뭔가 결정을 내릴 때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도 않고 선택을 대신해주지도 않는다. 매순간 올바른 선택을 위해 어떤 삶의 철학이 필요할까?

"그녀의 세계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그녀 스스로 나서서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p86)

루 버니는 오늘날 가장 재능 있는 범죄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전작인 『오래전 멀리 사라져버린』은 미국의 주요 미스터리/범죄 문학상을 모두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8년에 출간된 네 번째 장편소설 『노벰버 로드』 역시 해밋, 앤서니, 배리, 매커비티 상의 최우수 작품상을 모두 수상하며 출간 되자마자 언론 매체와 독자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영화화되었다.

그의 특기인 입체적이고 세밀한 인물묘사는 이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존 F. 케네디, 마피아 보스 카를로스 마르첼로 등 실존 인물들과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남녀 주인공 기드리와 샬럿, 샬럿의 두 딸인 로즈메리와 조앤 그리고 냉정한 암살자 바로네, 카를로스의 최측근 세라핀 등 소설 속 등장인물들 모두가 서로 조화롭게 얽혀 있다. 캐릭터 각각은 독특한 매력을 장착하고 있으며 바로 현실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

탄탄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도망자 기드리와 추격자 바로네가 펼치는 추격전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아슬아슬한 시간차이로 바로네에게서 탈출하는 기드리와 샬럿 가족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잠깐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짧아지는 그들 사이의 시공간의 간격은 독자들의 맥박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되어 오히려 더 잔인해 보이는 폭력적인 장면들마저 작품성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이건 그녀가 새롭게 깨닫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떤 행동으로 연결될지는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감정을 경험할 것.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싶은 충동 없이 차분히 문을 두드릴 것. 세상은 끝나지 않고 탑은 쓰러지지 않는다. 삶은 계속된다."(p265)

현재를 사는 우리들 모두 다양한 걱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과거의 시간에 집착해서 때론 아직 일어나지 않는 미래에 현실을 낭비하는 누군가에게 위 인용문은 참 유용할 것이다.

또한 샬럿이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용기를 내어 앞으로 한발씩 나아가는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결심을 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미스터리/범죄소설을 읽을 때 갖는 전율과 긴장감은 이 책을 읽을 때 얻을 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