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 흩어진 피의 이야기

-골든아워 1/이국종 저/흐름출판/2018

 

우리들서평단 김미진

 

"사지가 으스러지고 내장이 터져나간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에 환자는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와야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골든아워'이다.”

 

골든아워 60분에 생사가 달린 목숨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생생한 현장기록. 이 책은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의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로,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2002년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 외과에 발을 내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저자는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지난한 싸움과 17년간 외상 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기록해왔다.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 중증외상센터의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을 바탕으로 저자의 기억들을 모은 기록으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저자, 그리고 그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이기도 하다. 심혈을 기울인 기록을 통해 현장을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정부의 지원 부족과 국민적 관심 밖에 있는 중노동의 현장, 사람의 생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하는 극한 중의 극한인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심에 저자가 있었다.

 

-밥벌어 먹고 살게 되었으면 돈 욕심은 더 내지 마라.

어머니는 의사가 된 내게 자주 말씀하셨다......

-얼마만큼이면 충분합니까?

-시장기를 스스로 없앨 정도면 된다.

어머니의 답은 어머니처럼 곧았다. 살아오면서 나는 있어야 할 것 이상을 바라지 않았고, 분수에 넘치는 끼니를 원한 적이 없다. _425

 

처참하게 뭉그러진 환자들을 목격한 그는 죽음에서조차 계층 차이가 존재한다며 한탄했다. 김기태가 내게 말했다.

-세상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를 한동안 응시하다 대답했다.

-원래 세상이 이런 건데요.

김기태는 말이 없었다. 지옥 같은 한 해가 앞이 보이지 않는 채로 저물고 있었다. _196

 

100세 시대 누구나 한두 번은 생사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많아졌다. 미리 보는 타인의 풍경에서, 다가올 어떤 재난에 대한 지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