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칼의 노래>>로 잘 알려진 김훈 작가의 산문모음집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세월호를 비롯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일상을 김훈의 굵고 강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그에게 연필은 '밥벌이'의 수단인 동시에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대들보와 같다.

 우리 각자에게 연필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연필은 한 때 영단어와 한자를 외우기 위해 썼던 깜지를 만드는 도구였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문구를 샀던 나에게 연필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심리치료제와 같은 역할을 한 적도 있다.  저자가 책 서두에 쓴 연필의 정의는 그의 글쓰기 인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각 시대와 각각의 사람들에게 생계수단이 있는 것처럼, 김훈 작가는 연필 한 자루가  신성한 노동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필로 탄생한 글이 쓸모있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별들의 빛은 수만 광년 동안 우주공간을 건너와서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모든 별빛들이 내 가슴에 박혀서 나의 생명은 기쁘고 벅찼다. 내가 한줌의 글자를 움켜쥐고 살다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중생이라 하더라도 별들과 동일한 빛, 동일한 시간으로 닿아 있으므로 나는 중생이라도 미물이라도 좋았다. 오늘 별을 떠나는 빛들은 다시 수만 광년을 건너가서 수만 년 뒤의 중생의 가슴에 박힐 것이다."<별아 내 가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