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정인숙
 
"이 세상의 모든 기억해야 할 역사에는 언제나 나무가 인간과 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인류는 나무로 말미암아 풍요로워졌고 나무와 같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는 김진명 작가의 추천사는 이 책을 위의 한 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나무의 시간』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마차에서 출발한다. 이 마차는 셰익스피어의 뽕나무, 남극 탐험 썰매 등 영국 역사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나무들의 총집합체다. 마차가 영국 역사의 타임캡슐을 담은 것처럼, 이 책은 역사·건축·문학·예술·과학을 담은 나무 이야기를 저자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적절히 섞어 전개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저자 김민식은 40년간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하며 경험한 나무의 이야기를 인문학적 지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나무의 보고로 알려진 캐나다, 북미를 비롯해 전 유럽과 이집트, 중동지역, 뉴질랜드 남섬까지, 그의 여정은 지구의 100바퀴인 400만km에 이른다. 그의 나무 이야기는 한국산 합판보다 1000배가 비쌌던 영국산 주택을 되새기며 나무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강한 의지로 나무를 보고 또 보면서 시작되었다.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기며 자작나무의 이야기를 가진 톨스토이의 소설과 『레미제라블』의 코제트, 사이프러스 배경을 품은 고흐의 그림, 박경리 선생이 글을 쓰던 느티나무 좌탁, 이탈리아 동백 숲을 지나면서 떠올리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만날 수 있다.

번역의 과정에서 오해를 산 보리수, 홍송=잣나무, 활엽수는 단단하고 침엽수는 무르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도널드 저드를 예로 들며 제시한 합판도 예술이라는 저자의 견해는 '원목으로 된 가구가 좋은 가구 '라는 일반인의 편협한 시각을 뛰어넘는다.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간직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건축과 특정 장소에는 특히 나무가 필요하다. 나무는 풍경을 만든다. 나는 이 풍경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p.222)는 안도 다다오가 나무를 심는 이유이다. 샤토 브리앙의 "문명 앞에는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따른다."는 말 역시 나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과 백합나무가 가득한 '초당림'의 숲길을 걸으면서 나무가 가진 넉넉함을 배웠다. '내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만들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