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도서관 _ 우리들 서평단 김진곤

바로 가리킨다는 뜻의 '직지'는 단지 금속활자로 인쇄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으로만 알려져 왔다.

금속활자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당연히 독일의 구텐베르크이다. 그가 발명한 금속활자는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고,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기술은 '직지'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직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밀리언셀러 작가 김진명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받은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둘러싼 중세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장편 소설이다.

평온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경악스러운 살인사건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인 사회부 기자 김기연은 기괴한 살인 방식에 강렬한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고든다. 예측하지 못한 교황청 수장고에서 나온 카레나라는 이름에서 시작된 현실과 역사의 기나긴 추적,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반전이 연속된다.

작가 김진명은 소설을 통하여 금속활자에서 한글, 반도체로 이어지는 지식혁명의 씨앗을 찾아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또한, 지식 전달의 수단에서 우리가 늘 앞서간다는 사실을 떠올려보고 한국문화가 일관되게 인류의 지식혁명에 이바지해 왔다는 보이지 않는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에게 '직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당부하고 있다. '직지'는 "가장 오래됐다는 사실만 인정받지,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지식혁명의 주인공으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라는 소설 속 대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또한, 작가는 '직지'가 쿠텐베르크에게 전해졌는지 안 전해졌는지 확실치 않다면서 '직지'가 씨앗이라면 쿠텐베르크는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게 한 정원사라고 하였다.

우리는 이제껏 '직지'를 직지심경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직지' 또는 '직지심체요절'이라 쓰는 게 맞다. 정식명칭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백운화상이 편찬한 마음의 실체를 가리키는 중요한 말씀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가장 오래된 현존하는 금속활자라는 명예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나누어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애민 사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힘든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지식혁명과 전달 수단을 발명 창조해온 우리 민족의 역사를 추적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직지』를 권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