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랑은 우릴 어디론가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_ 김미진
 
'나는 남들과 다르다.' 는 착각이 위험한 세상을 만든다.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저자는 히말라야 고산지대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스스로 낯선 모습과 마주하는 경험을 한다. 인간이란 어떤 관계에 들어가면 그 관계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변할 수 있는 존재인지, 편의대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얼마나 쉽게 잊어왔는지를 깨닫는다.

이른바, 스트레이트 부서라 하는 정치·경제·사회부 기자와 중앙일보 논설위원, JTBC 보도국장을 두루 거친 저널리스트로서, "정의는 늘 불완전하고 삐걱거리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니 사람에 대한 예의도 다르지 않음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나는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가. 돈 몇 푼에 치사해지고, 팔은 안으로 굽고, 힘 있는 자에게 비굴한 얼굴이 되기 일쑤다. 아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욕망의 관성에 따라, 감정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려 한다. 소심할 뿐인 성격을 착한 것으로 착각하고, 무책임함을 너그러움으로 포장하며, 무관심을 배려로, 간섭을 친절로 기만한다"

그는 미화도 과장도 없이 자신의 부끄러움과 위선을 낯설게 성찰하면서 독자에게도 자신의 기억을 찾아 주의를 환기하도록 이끈다. 1부에서 4부까지 총 37개 챕터로 스스로 즐거움이라고 표현할 만큼 다르게 쓰려는 욕망이 행간에서 읽히는 글이다. 영화와 드라마, 소설로 본 한국 사회 희비극을 그만의 화법으로 오가며, 르포처럼 때론 소설과 콩트처럼, 심지어 영화 <기생충>의 기우 부자를 오버랩하여 자전적 삶의 이면까지 뽑아내어 인간존재의 굴곡을 조명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지금 이곳'을 수시로 의심해보길 권한다. "그놈은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는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여" 영화 <곡성>의 한 대사를 실마리 삼아 우리 사회 인식이 '미끼를 문 자의 책임이라는 전제' 아래 있음을 고발한다. "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느냐?", "왜 세월호에 올랐느냐?", "그 위험한 장소에 왜 갔느냐?" 그럴듯해 보이는 이 물음들은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의 것으로 떠넘기려는 음모요 모함이라고, 불공정한 세상을 향해 '싸가지 없게' 분노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당연시했던 생각, 지나친 것들, 소홀히 한 사람들, 이유를 찾아 합리화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하여 희망을 버리지 않는 전언이 있으니, '사랑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것'이라는 소설 속 달콤한 인용을 가져와 속삭인다.

"다시 여행하고 싶지는 않아? 공항에 오니까 여행 싫어하는 나도 막 그런 기분이 드는데"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마."-<<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

직업 특성일까, 다초점 시선으로 다방면을 찌르는 '한없이 약한 인간도 악마가 갖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가족, 친구, 사람에 대한 마음이다. 오롯이 인간으로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그리하여, 인간이란 한계는 오히려 구원이 된다' 는 저자의 통찰에 동의할지 안 할지는 일독을 통한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