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은 어떤 맛일까

아버지에게 갔었어신경숙 저 창비출판사 펴냄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장찬구

 

아버지라는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어색하다. 엄마나 어머니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말도 아니다. 아버지란 존재가 그렇다. 익숙하면서도 왠지 낯선 존재.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사이에 놓여 일정 거리 이상은 다가서기가 조금은 껄끄러운 그래서 막연하게만 생각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엄마와는 그 느낌이 다르다.

엄마는 그냥 편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대화를 나누기도하고 때론 신경질도 부리고 어리광도 부리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쉽게 이야기 하는 것에 비해 아버지는 그렇지 못하다. 어릴 적에는 덜 했겠지만 커오면서는 단답형의 대화 이외에 이야기 나눠 본적이 별로 없다. 단지 어렵고 무서워만은 아닐 것이다.

아버지는 어느날의 바람소리, 어느날의 전쟁, 어느날의 날아가는 새, 어느날의 폭설, 어느날의 살아봐야겠다는 의지로 겨우 메워져 덩어리진 익명의 존재.”-p76

이 문장은 결국 나를 이 책에 머물게 했으며 나를 아버지라는 존재에게로 이끌었다. 그 익명의 존재인 나의 아버지를 아니 우리의 아버지를 개별적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장편소설로 다섯장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는 화자가 아버지에게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시작으로 아버지 삶 전체를 담백한 어조와 애잔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한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삶 안에서 아버지로써 반드시 살아 냈어야 할 이유가 가족 안에 있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아버지.

삶의 버거움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가득찬 소설이다. 또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아버지 모습 속에서 왠지 모를 측은함과 슬픔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적지 않은 분량의 작품임에 불구하고 단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지만, 몇 번이고 책을 덮었다, 폈다를 반복해서 겨우 읽어낼 수 있었다. 자꾸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알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을 공감하는 순간. 그 순간이 내 삶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 슬펐기 때문이다.

붙들고 있지 말어라. 어디에도 고이지 않게 흘러가게 둬라”p92

하고 싶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하지 못하는 그 마음.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아버지의 그 마음. 힘들고 무서운 세상에 기댈 언덕이 되어 준 존재. 존재 한다는 것만으로 힘이 되어준 아버지.

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두려움이 달아나던 그때가 그립게 떠오르곤 했다. 나는 곁에 있을 뿐 아버지의 두려움을 조금도 막아주지 못했다.”p397

저자 신경숙은 1963년 전북 정읍시에서 출생했다.

서울 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1985년 문예중앙에 겨울우화가 당선되어 등단을 했다. 1996년에 만해문학상, 1997년에 동인 문학상, 2001년에 이상문학상, 2006년 오영수 문학상, 2011년 제43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감자를 먹는 사람들”, “외딴방”, “엄마를 부탁해등이 있다.

저자는 작품은 대체적으로 삶의 고통과 아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서정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2015년에는 표절 논란으로 상당기간 작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소설은 허구의 이아기이다. 하지만 그 허구 속에는 진실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삼십 몇 년 전 큰 누나를 배웅하고 돌아오던 날이 생각났다.

그날 처음으로 난 아버지의 눈물을 봤다.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 죽여 눈물 흘리시던 그날의 아버지 모습이 불현 듯 스쳐지나갔고 그날 흘리셨던 아버지의 눈물이 내내 궁금했었는데 그 때 아버지의 심정을 이 작품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가 흘렸던 눈물 맛은 어떨까?

아직도 다 알 수 없고 다 알아지지도 않을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해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