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들이 신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 뉴스들을 만드는 것이다.

0/움베르토 에코 저/ 열린 책들 출판/2018.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김미진

 

이 책은 대중을 움직이게 하는 나쁜 저널리즘 또는 만들어지는 뉴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0', ‘Numero Zero’라는 창간시험호를 뜻하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창간되지 않을 신문을 만드는 편집국에서 데스크 격인 콜론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기자들과 그 기자 중 한 명이 무솔리니 죽음의 음모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저자의 언론에 관한 풍자는 또다른 쏠쏠한 재미를 준다.

언론이 기사를 다루는 방식과 그 기사로 사람들의 여론을 조성하는 기술적 방법에 대한 신랄한 묘사와 에코의 현학적이고 박학다식한 역사적 견문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음모론에 휘둘리는 군중' 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작가는 음모론 확산과 다지기는 물론 진실이 아닌 특정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의 일그러진 형태를 비판한다. 음모론에 영향을 받아 사실조차 의심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가짜가 그만큼 매혹적이라고 말하는 작가. 그만큼 사람들은 진실보다 가짜에 더 열광한다. 온갖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난무하는 현시대를 비판하는 작품, 대중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누구든 읽어도 좋을 책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잊어버렸어. 마치 새로운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이전의 뉴스를 지워버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모든 것을 끌어내어 다시 죽 늘어놓기만 하면 돼. 브라가도초가 바로 그 일을 했고 BBC도 그 일을 한 거야. 재료를 혼합해서 저마다 칵테일을 만들었어. 그래서 우리 앞에 두 잔의 완벽한 칵테일이 있어.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어. (p.309)

 

- 의심이란 절대로 과장되지 않아.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래야만 진실에 도달한다. (p.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