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이치를 어찌 주자 혼자 알고 나는 모른단 말이냐?’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이덕일 저 다산초당 펴냄

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이소향

 

역사는 해석을 요구하는 학문이다. 역사학자 E.H.Carr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이렇듯 역사라는 것은 과거의 사실을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의미를 해석하고, 재조명함으로써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며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역사를 그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나열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저서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는 잊혀진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시대적 재평가를 요구한다. 조선 후기 분열되었던 사대부 양반들의 당파 싸움에 희생된 한 인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우리 역사 인식에 대한 한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 유학자의 삶과 정치역정을 재조명함으로써 역사가 남긴 사실에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선은 성리학을 근간으로 한 유교적 양반 관료제 사회를 기반으로 건국한 왕조국가이다. 이러한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하며 쇠퇴해간다. 특히 양반사회는 당파에 휩싸여 서로를 비방하거나 중상모략하며 자기 당파와 다른 주장을 하는 당파를 숙청하는 정치적 혼란기에 접어든다. 특히 현종 때 두 차례의 예송논쟁과 숙종 때 세 차례의 환국은 양반사회의 모순성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정치혼란을 가중시킨다.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 윤휴가 존재한다. 윤휴는 남인계열의 유학자로 1차예송논쟁 때 3년복설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예송논쟁의 핵심은 효종의 죽음에 대한 자의대비의 복상문제를 두고 서인과 남인이 대립한 사건을 말한다. 송시열을 당수로 한 서인은 1년복설을 주장하고 윤휴를 당수로 한 남인은 3년복설을 주장하며 대립한다. 상복 문제에 대한 이면에는 서인과 남인의 조선 왕조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극명함을 이야기한다. 서인은 조선의 왕을 중국의 변방 제후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인은 한 나라의 국왕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숨어 있는 것이다.

또한, 윤휴는 병자호란 이후 북벌론에 정치적 사활을 걸고 각고의 노력을 하지만 번번히 서인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고 만다. 효종 때 송시열 등 서인 세력은 북벌을 주장하는 듯 하지만, 정작 북벌을 위한 노력보다는 일신의 안위와 자당의 정치적 안녕만을 위해 북벌을 도구로 이용할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서인세력은 정적인 윤휴를 제거함으로써 조선 정치가 파행으로 점철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윤휴라는 인물이 우리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주자의 학설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보적인 학문 셰계를 구축하고자 한 것. 둘째, 서인 당파의 당론이었던 북벌 불가에 저항하며 부국강병을 도모한 것. 셋째, 사대부 계급의 특권을 타파하고 반상과 남녀의 차별을 넘어선 세상을 실현하려고 한 것. 이 때문에 윤휴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려 결국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린 과거의 한 인물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 지향이 다르고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삶 전체를 부정하여 매장시켜 버리는 역사적 어리석음을 범하는 실수를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자 이덕일은 1961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숭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동북항일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정약용과 그의 형제들1,2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