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파-사소함을 그린 우체부

-루이 비뱅, 화가가 된 파리의 우체부 |저자 박혜성 |한국경제신문 출판2021

 

우리들서평단 김미진

 

인생이란 큰 사건으로 변화를 맞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성장하고 완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비뱅도 사소한 일상을 종종 그렸는데, <몽마르뜨 전경>을 보면 다정한 연인들, 아이와 노는 엄마, 산책하는 신사 등 모두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있다그 시간들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사소해 보일지 모를 일상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PART2. 꿈을 그리다, 115~116.

 

목포에 가면 몽마르뜨 언덕이 있고 강진도 어디쯤 구상 중이라고 들은 바 있다. 그만큼 몽마르뜨 언덕은 파리와 예술가들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이다. 이 책은 파리와 그 몽마르뜨를 47년 동안 오르내리며 성실하게 살던 우체부가 사후 2년 뒤 모든 화가의 꿈이라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이름이 오르게 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 꿈 실현을 세 가지 요소로 살펴보면 먼저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격려하며 물감을 사준 신부님이 있다. 둘째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나에게 꿈의 요일이었다!”는 고백처럼 틈틈이 독학으로 그리던 것에 머물지 않고 퇴직 후에 더 성실히 이어진 화가의 지속적인 열정이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그의 그림을 알아본 유명한 화상 빌헬름 우데와의 만남이 있다.

모든 사건에는 우연이 가장한 필연이 있다지만 평생 우체부로 근무한 퇴직공무원이 세계적인 화가반열에 오르내린다는 것이 어떻게 우연의 소산일 수만 있겠나 싶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나이에 찾아온 성공은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림 속에 담긴 화가의 지속적인 노력과 진정성이 그 비결이 아닐까? 루이 비뱅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꿈을 이루기에 가장 좋을 때란 없으며, 꿈은 이루기 위한 목표가 아닌 내 인생을 위한 빛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박혜영은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0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한 화가이자, 미술을 흥미로운 스토리로 쉽게 풀어주는 에세이 작가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벽돌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그리면서도 시점을 무시하거나 인물을 비사실적으로 그리는 등 회색조의 몽환이 섞여 오히려 동화적 환상을 일으키는 비뱅의 그림은, 저자가 소박파로 분류되는 또 한 사람인 루소의 그림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한다.

더위와 감염병으로 우리 안의 동적 에너지가 부글부글 끓어 넘치고 있을 요즘이다. 백세시대라 말하기 시작한 이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확산으로 온 지구인이 이처럼 하나로 느껴지기도 처음인 듯하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 하는 우리는 피로에 지친 직업인이면서 한때 어떤 꿈이 반짝이던 시절을 모두 갖고 있다.

, 내 꿈이 뭐였더라? ‘걸음의 속도를 멈추고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자!’ 인생 2모작을 고민하는 이, 이제 1모작을 시작할 어린아이를 둔 부모 모두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