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gro non molto - '1인용'이 주는 평온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김미진

너무 미미해서 잘 잡을 수 없는 것들,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마치 벚꽃 아래 서서 "좋다~!" 말고는 딱히 다른 설명이 떠오르지 않을 때처럼 그런 류의 감정들이 있다. 흔하고 미세해서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지만 늘 우리 마음 언저리에 서성이고 있는 어떤 기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1인용 기분'은 출판편집자로, 광고기획자로 일하는 파랑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주인공의 사소한 기분을 때론 크로키 하듯 스케치하고 있다. 매일 커피를 타오라고 시키는 부장, 편집자를 접대부로 취급하는 작가, 같은 현실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동료들, 회사를 이직하지만 다시 새 직장에 적응하려 애쓰는 주인공의 일상이 교묘하게도 만화라는 매체에 얹혀 간결하게 묘사 되고 있다.

마치 일본 음식처럼 소박하고 담백해서 찬찬히 씹지 않으면 아무 맛도 아닌 그런 투이다. 그것은 얼핏 최근의 20~30대 여성이 겪는 연애, 결혼, 출산 등에 관한 고민과 질문이 너무 무거워 오히려 소프트 미니멀리즘으로 가고 있는 현상의 하나라고도 읽힌다.

이미 '꼰대'가 되어가는 중장년 부모들이 사회인으로 적응하느라 바쁜 청년들을 이해하는 독법으로서 접근이 가능하다. 제목이 그렇듯 1인용 기분 읽기와 공감이 숙제이다. 맹물에도 맛이 있듯이 가볍게 넘기다 잠시 단어 하나라도 다시 보고 싶은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면, 실은 1인용 기분이야말로 보편적 기분이란 것을 부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 다른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마음은 누군가에겐 때로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관계의 시작은 나이며, 내가 있지 않고서는 '나-너' 관계도 온전한 것이 될 수 없다. 저자는 분명 단순하지만 결코 녹녹치 않은 자존감의 균형을 찾으려는 미세한 노력을 통해, 이를 접한 독자가 최소한 '1인용 기분'에서 '다인용 기분'에 관한 생각으로 나아가게 한다.

1인용 기분을 각자도생을 위한 청춘의 이기적 연대가 아니라 공용의 다른 이름으로서, 관계의 주체인 자신의 감정에 우선 순위를 두고 충실히 몰입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음이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일상의 시행착오는 1인의 기분을 통해 표현되지만, 때때로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기분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다만 각자 수용 속도와 양식이 달라, 내가 웃는 것에 타인이 슬퍼하거나 내게 중요한 것들이 타자에겐 무용한 것일 수는 있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은 11분이 채 안 되는 바이올린 곡이다. 1악장은 너무 빠르지 않게, 2악장은 느리게-빠르게, 3악장은 빠르게 연주하도록 요구한다.

느린 선율 뒤에 이어지는 3악장의 Presto는 가히 폭풍 같은 속도로 가슴을 압도한다. 긴 여정을 두고 볼 때 청춘은 종종 여름으로 비견된다. 그러나 그 시기조차도 속도의 완급조절은 일상을 더 풍요롭게 향유하도록 이끌지 않을까? 활자와 정보로 빽빽한 잘생긴 책의 홍수 속에 일견 느슨하고 밋밋한 읽을거리를 쓱 내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