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성찰하게 해주는 여행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윤치정

어린왕자를 몇 번쯤 읽었을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숱하게 읽었다. 그런데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어린 왕자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 안에서가 아닌 밖에서 들려오는 '어린 왕자'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내가 어린 왕자를 많이 읽었고, 잘 안다고 착각을 했었다.

생텍쥐페리는 몰락한 프랑스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군복무 동안 조종사 면허를 딴 후 아프리카 북서부와 남대서양 및 남아메리카를 오가며 항공우편항로를 개설하는 일에 종사하였다. 비행기 사고로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 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시 다시 육군 정찰기 조종사가 되었다. 1943년 북아프리카 공군으로 정찰임무를 하다가 추락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별을 아직 찾지 못한 어른에게 작은 영감을 주었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여우는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길들인다" 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가 자신을 길들여 주기를 바라면서 의미 깊은 말을 한다.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벌써 행복하기 시작할 거야…….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나는 몇 시에 마음을 곱게 치장을 해야 할지 영 알 수가 없어 예절이 필요한 거란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일에 골몰하며 살아가지만, 자기 외의 다른 존재와는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핵심 언어이다.

책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이 나타난다. 세상 만물을 명령하는 자신과 명령받는 타자로 구분하는 왕, 자기 자신만 관심이 있는 허영쟁이, 자기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기에 자신의 순환 논리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술꾼, 자기 것과 자기 것이 아닌 것으로 나뉜 소유관계로만 세상을 파악하는 사업가, 세상 만물이 지식의 대상이지만 그 물건 하나하나를 직접 만나 본 적이 없는 지리학자는 모두 이런 모습의 단편들이다.

사람은 자기가 공들여 일구고 가꾼 것들과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 관계를 통해서만 자기 존재를 넓힐 수 있다. 이 책에서 어린 왕자가 소박한 언어로 전하는 것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계산되고 통용되는 가치로는 환원되지 않는 것들이다.

자신의 작은 꽃 한 송이에 목숨을 거는 어린 왕자의 선택이 어른들의 계산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 준다. 어린 왕자의 순수한 시선으로 모순된 어른들의 세계를 비추는 이 소설은, 어른들의 세계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삶을 돌아보는 성찰을 제공한다. 어린 왕자의 모습은 우리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원형 같은 향수를 자아낸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 작품을 보다 새롭고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다시 한 번 음미하며 읽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