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토피아, 잃어버린 이론을 찾아서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_ 김미진
 
마이크 데이비스는 1946년 미국에서 태어나 1960년대에 민권운동, 반전운동, 노동운동에 참여한 '국제 사회주의자'이자 '마르크스주의―환경주의자'로 도시학, 사회학, 역사학, 생태학 분야의 저술과 강연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 앞에 도래한 기후변화, 에너지·생물 다양성의 고갈 등 환경문제와 감염병 대유행, 자본축적의 고도화에 따른 영구적인 반 실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비공식 노동자의 등장이라는 현상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이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직시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학자답게 풍부한 사료와 문헌을 활용하여 맑스주의의 여러 개념을 재구성하고 사회체제와 생태환경 양쪽에서의 전환을 제안한다.

그가 재발견한 맑스는 널리 알려진 『자본』이나 『공산당 선언』 속의 맑스가 아닌, 실패한 혁명의 목격자로서 여러 사회경제적 쟁점은 물론 참정권과 헌법, 의회 문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광범위한 논평과 통찰에 주목한 '당대의 맑스', 저널리스트이자 정치적 전략가로서의 맑스다. (p.220~222)

그는 맑스 전집과 19~20세기 초 생산된 유럽 및 미국 노동사를 다룬 연구물을 독해하며 맑스주의의 오랜 난제였던 '혁명적 주체'라는 개념을 현대적 맥락으로 끌어온다. "노동운동의 목표를 단순히 분배적 정의나 수입의 공평, 혹은 번영의 공유로만 설정하면 전환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p.200.)라는 해법이 그것이다. 긴장과 갈등의 국면에서 노동 주체는 공공의 사안 - 우정, 섹슈얼리티, 성역할, 여성 참정권, 인종적 편견, 아이의 돌봄같은 - 에 대하여 노동 불평등과 갈등을 격화할 뿐인 '소유' 개념을 대체할 사회주의적 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식 지위를 확보한 노동자들과 대비되어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반실업 상태의 비공식 노동자들은 19세기의 맑스가 의미한 전통적인 노동계급과 다르지만, 오늘날 도시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전 지구적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는 해석은, 고용 불안정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속에, 이제는 노-사 갈등이 아닌 노-노 갈등,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정규직-비정규직-취업준비생 사이의 문제에 봉착한 우리 사회 현실이 떠오르게 한다.

깊은 배경지식을 전제하는 너무 방대한 자료 인용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이 책을 일독할 수 있도록 이끈 요인은 1870년대에 한 아나키스트 지리학자 뾰뜨르 끄로뽀뜨낀이 <건조화 가설>로 촉발한 기후변화 논쟁을 조명하며 어떻게 맑스주의로 확장하는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인류세란 산업자본주의의 생화학적 충격으로 형성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를 규정하는 용어다. 저자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모순이 집약된 초거대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공식 프롤레타리아들의 협력과 공공의 삶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불평등과 생태 위기에 직면한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방주라고 말한다.

도시는 대기오염, 주요 오염원 배출 등의 문제에 책임이 있지만, 사적인 부를 공적인 부로 전환하고 규격화된 사적 소비가 아니라 민주적인 공적 사용의 공간을 창안할 수 있는 예비 된 '대안 세계'(alter monde)일 수 있다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