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매 순간 속에서 영원히 이어진다

강진군도서관 우리들 서평단 정인숙

주인공 톰처럼 1000년을 살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톰의 삶을 따라 읽어가면서 '혼자서만 오래 사는 것은 결코 축복이 아니고 저주에 가깝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범한 일반인을 '하루살이'라고 단정한 저자의 재치도 엿보인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매트 헤이그는 『살아야 할 이유』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그 외에도 다섯 작품이 문학 부문에서 상을 받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20대 초반에 정신적 위기를 맞아 오랜 시간 우울과 싸운 끝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그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기에 그 각각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으리라.

"첫 번째 규칙은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거야", "두 번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p7) 주인공 톰 해저드의 모든 고뇌는 이 말에서 시작된다. 18세 때 마녀사냥에 희생된 엄마에 대한 죄책감, 사랑하는 아내 로즈와 딸 메리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수세기동안 그의 삶을 갉아먹으며 지속적인 두통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가 현재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꼭 살아남아라.'는 어머니의 유언과 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간절한 희망 때문이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수없이 오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현재를 상징하는 까미유를 향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불안, 딸을 찾아야 하는 강박감, 가족의 불행했던 과거에 관한 기억은 서로 대비를 이루며 작품에 흥미를 더한다.

이 작품에는 총명한 딸의 언어를 빌려 몽테뉴의 『수상록』을 인용한 구문이 여러 번 나오는데, 다음은 삶에서 느끼는 고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고통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그 두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다"(p472) "누구도 미래를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순간은 영원히 지속된다.

어딘가에서. 그리고 어떻게든. 우리도 그 안에 담겨 영원히 살아간다. 세상에는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에 유사하거나 교체 가능한 원자가 담겨 있듯, 시간의 모든 조각에도 우리 모두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나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거고, 왜? 내가 바로 미래니까" (p 498)

우리는 매일 오늘을 살고 있다. "과거를 들여다볼 수는 있어도 돌아갈 수는 없다" (p401) 톰처럼 미래를 미리 볼 수도 없지만, 그의 깨달음처럼 시간을 완전히 이해하고 지배할 수 있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